구약인물(야곱) 강해 9: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창 29:14-30)

작성자
류현철
작성일
2021-04-11 11:07
조회
622


구약인물(야곱) 강해 9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창 29:14-30)
2021. 4. 11.


프롤로그

-인생에서 만남이 중요하다.
↳아니 인생에서 만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누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한 개인의 운명이 바뀔 수 있고, 가정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고,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백사경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시각 장애인으로 점쟁이였다.
↳점 잘 봐서 유명해졌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자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첩을 두어 떵떵거리며 살았다.

-그런 어느 날 전도자가 나타나서, 그에게 당신의 영혼과 후손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점치는 생활을 청산하고 예수를 믿으라고 전도했다.
↳그는 전도자를 호통 치며 야단쳤다.
↳그러자 전도자도 지지 않고, ‘당신이 계속 이렇게 살면 죽어서 지옥 가는 것은 물론이요, 자손들도 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일이 있은 후부터, 그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만 자려고 하면, 그 전도자의 소리가 자꾸 귀에 쟁쟁 울리는 것이었다.
↳"자식 멸망 받을 짓 그만두고, 예수 믿고 천당 가시오!"
↳그 소리가 밤마다 들려와, 어떻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교회를 찾아갔다.

-목사님과 온 교우들은, 점쟁이인 그가 왜 교회에 나왔는지 의아해 했다.
↳그런데 그가 그 날 회개하고 예수 믿기로 작정했다.

-그 후 그는 점치는 일을 그만두고, 자기 재산을 털어 교회를 짓고, 나중에는 가난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맥힌이라는 선교사가, 그의 가족들을 교회에서 살게 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중학교 공부도 시켰다.
↳졸업 후, 선교사는 그의 아들을 중국으로 데리고 가서, 고등학교를 마치게 하였고,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서 파크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 그리고 예일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까지 받게 하였다.
↳귀국한 그의 아들은, 연세대 교수를 거쳐 초대 총장이 되었고, 후에 문교부 장관까지 지냈다.
↳점쟁이 백사경의 아들이, 바로 그 유명한 백낙준 박사이다.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인생 자체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늘 말씀을 통하여,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야곱과 라반의 만남이 처음엔 괜찮았다.
↳그건 라반의 말에서 잘 나타났다.

-라반이 야곱을 만났을 때 뭐라고 했는가?
14 라반이 이르되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로다 하였더라 야곱이 한 달을 그와 함께 거주하더니

-야곱을 무척 환대하지 않았는가?
↳야곱은 내심 걱정했는데, 이렇게 환대해주고 보살펴주니, 너무나 감사했다.
↳그래서 야곱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서 하려고 했다.
↳아마도 라헬을 도와서 양을 쳤을 것이다.
↳양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라헬이 곁에 있으니, 매일 매일이 즐거웠다.
↳야곱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 달이다.
↳한 달을 야곱과 함께 보내면서, 라반이 깨달은 것이 무엇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야곱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라반이 어느 날 야곱을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15 라반이 야곱에게 이르되 네가 비록 내 생질이나 어찌 그저 내 일을 하겠느냐 네 품삯을 어떻게 할지 내게 말하라

-무슨 말인가?
↳아무리 야곱이 자신의 친척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야곱을 보니, 부담스러워서 그냥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만 들으면, 라반이 공정한 사람 같다.
↳인간 됨됨이가,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건 우리의 착각이다.
↳라반이란 인간은 야곱을 능가하는 사람이다.
↳지극히 계산적인 사람이다.
↳이해타산에 따라서 행동하는 사람이다.
↳야곱에게 보수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야곱은 자유인이다.
↳누구에게도 매여 있지 않은 상태다.
↳라반을 위해 일할 수도 있지만, 다른 집에 가서 일할 수도 있다.
↳또 가나안의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라반과 야곱의 관계는, 삼촌과 조카의 관계이지,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니다.
↳야곱은 삼촌 집의 손님이지 종이 아니다.
↳단지 공짜 밥을 먹기가 미안해서, 조금씩 일을 거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라반은 야곱을 한 달 동안 관찰하고 나서, 야곱에게 정식으로 고용계약을 맺자고 했다.

-야곱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삼촌의 제안을 야곱이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삼촌의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
↳사실 야곱이 정식 고용체결을 맺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하나님이 야곱을 하란에 얼마나 머물게 하시느냐와 관련 있다.
↳하나님이 오래 머물게 하시면, 정식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큰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한두 달 머무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

-야곱의 삶에서 안타까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아브라함에 비해, 야곱은 하나님께 묻지 않았다.
↳곤경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기도하지 않는다.
↳만약 야곱이 이 상황에서 기도했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하나님, 제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까?”
↳“외삼촌과 정식계약을 맺고 일하는 것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잠시 있다가 가나안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십니까?”

-그런데 야곱은 하나님께 묻지 않았다.
↳자기 생각을 앞세웠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도하긴 해도 형식적일 때가 많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보다, 내 뜻을 관철하려는 기도를 한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모양새를 해도, 이미 내 뜻을 정해놓고, 하나님께 통보하곤 한다.
↳이런 기도를 하면서, 기도해도 응답도 없다고 불평하곤 한다.

-야곱이 좀만 깊이 생각했더라도, 라반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외삼촌이 나에게 보수를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외삼촌집에 보내신 궁극적인 목적이, 외삼촌에게 월급 받고 양이나 치는 목자가 되게 하는데 있을까?’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았다면, 선뜻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야곱이 라반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이, ‘죄’란 말은 아니다.
↳그럼 죄만 아니라면, 우리가 무엇을 해도 괜찮은가?
↳그 일이 법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은가?
↳아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야곱이 라반의 집에 간 직접적인 이유는, 피신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른 계산을 하셨다.
↳단순히 야곱이 도망자로서 라반의 집에 피신해 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그를 선교사로 보내셨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외삼촌 집에, 야곱을 선교사로 파송한 것이다.
↳그러나 야곱은 하란에서 하나님을 위해서 한 일이 없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의 사명을 저버린 야곱이었던 것이다.

-사명을 저버렸기에, 야곱은 삼촌의 제안에 응하고 말았다.
16 라반에게 두 딸이 있으니 언니의 이름은 레아요 아우의 이름은 라헬이라
17 레아는 시력이 약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18 야곱이 라헬을 더 사랑하므로 대답하되 내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에게 칠 년을 섬기리이다

-치밀하게 계산된 라반의 미끼를, 야곱이 덥석 물고 말았다.
↳보통 계약은 일 년 정도다.
↳‘일 년에 쌀 몇 가마’...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야곱은 몇 년 계약을 맺자고 하는가?
↳칠 년이다.
↳이건 아예 눌러앉을 생각이다.

-야곱은 라헬에게 정신이 팔려, 어머니와의 약속도 잊어버렸다.
창 27:43 내 아들아 내 말을 따라 일어나 하란으로 가서 내 오라버니 라반에게로 피신하여
44 네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몇 날 동안 그와 함께 거주하라
45 네 형의 분노가 풀려 네가 자기에게 행한 것을 잊어버리거든 내가 곧 사람을 보내어 너를 거기서 불러오리라 어찌 하루에 너희 둘을 잃으랴

-몇 년인가? 아니 몇 달인가?
↳아니다. 몇 날 동안이다.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
↳리브가가 야곱을 보내놓고, 얼마나 보고 싶겠는가?
↳품에 끼고 살던 자식이었는데, 그의 빈자리를 뭐로 채울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야곱은 아니다.
↳우리는 자식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자식에 목숨 걸어서는 안 된다.
↳자식은 크면 제 길 찾아가게 돼 있다.
↳절대로 자식을 우상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겐 자식이 다가 아니라 주님이 다이다.

-야곱은 자신이 하나님께 어떤 서원을 했는지도 잊고 있다.
창 28:20 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21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22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

-야곱은 자기가 한 서원을 한 달 만에 잊어버렸다.
↳집 떠나 하란으로 갈 때의 생각하고, 하란에서 한 달 지낸 후의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살만하다 이거다.

-우리도 어떤 급한 일이 닥치면, 숨넘어가는 시늉을 하며,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매달린다.
↳“이것만 해결해주시면 하나님께 이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하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면, 그게 부담이 된다.
↳‘내가 그때 너무 성급했구나!’ 괜한 후회가 된다.
↳그래서 그걸 지키자니 손해 보는 것 같고, 안 지키자니 혼날 거 같다.
↳이게 야곱의 모습이다.

-야곱이 결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라반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가?
↳하나님이 다른 방법으로 결혼하게 해주셨을 것이다.
↳라반도 결혼을 미끼로 해서, 야곱과 계약을 맺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야곱이 앞서나간 것이다.
↳그가 앞서나간 것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가?
↳하나님의 종에서 라반의 종이 되고 말았다.
↳훗날 하나님이 그를 건져내주지 않았다면, 그는 라반의 수하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야곱은 외삼촌의 딸 중에, 특히 라헬을 좋아했다.
↳라헬을 좋아한 이유가 무엇인가?
↳외모 때문이었다.
↳믿음을 본 것도, 성격을 본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레아에게는 관심이 덜했다.
↳레아에게는 약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레아의 약점은 시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안경을 쓴 것이 별다른 흉이 아니다.
↳안경을 끼지 않는 것을, 결혼 조건에 포함시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당시는 안경이 없을 때였다.
↳안경이 없을 당시에, 시력이 나쁘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학자들 중에는... “시력이 약하다”는 말을 달리 해석하기도 한다.
↳눈에 총기가 결여되었다는 뜻으로 본다.
↳레아가 시력이 약하든 총기가 결여되었든, 야곱에게 매력적인 여자로 보이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라헬은 곱고 아리따웠다.
↳레아와 비교할 때, 예쁘고 성격도 발랄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자기와 성격이 상반되는 배우자에게 끌린다.
↳야곱은 내성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발랄한 라헬이 좋아 보였을 것이다.

-야곱은 라헬을 우물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한 달간을 같이 양을 치러 다니면서, 라헬을 자기 여자로 만들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삼촌의 제안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내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에게 칠 년을 섬기리이다”

-라반은 야곱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19 라반이 이르되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에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께 있으라
20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자기는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약을 맺은 날부터, 야곱은 라반을 위해 일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니,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한 노동이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
↳라헬을 자기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일도 즐겁기만 했다.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종살이 7년을 수일같이 여겼다는 말은, 야곱이 얼마나 집념이 강한 사람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이처럼 무서운 집념을 발휘했다.
↳전에 형을 속인 팥죽 사건과, 아버지를 속여 축복을 받아낸 사건을 통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야곱의 기질이 또 한 번 나타나고 있다.

-라헬을 사랑해서 7년을 며칠 같이 여긴 것이, 야곱 개인적으로는 좋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야곱의 7년은 하나님과 무관한 세월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가?
21 야곱이 라반에게 이르되 내 기한이 찼으니 내 아내를 내게 주소서 내가 그에게 들어가겠나이다
22 라반이 그 곳 사람을 다 모아 잔치하고
23 저녁에 그의 딸 레아를 야곱에게로 데려가매 야곱이 그에게로 들어가니라
24 라반이 또 그의 여종 실바를 그의 딸 레아에게 시녀로 주었더라

-7년을 다 채우고 나서 야곱은 삼촌을 찾아갔다.
↳그리고 계약한대로 라헬과 결혼시켜달라고 한다.
↳라반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야곱은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라반은 날을 잡아 동네 사람들을 초청하여 큰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라반은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저녁이 되었다.
↳유대 나라는 신부를 저녁에 들여보냈다.
↳라반은 라헬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레아를 들여보냈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계략이었다.
↳이른바 사기 결혼을 시킨 것이다.

-의문이 드는 게, 라헬이 그걸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라반이 라헬을 만나서 ‘그래도 언니를 먼저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사정을 했을 수 있다.
↳라헬이 그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협박을 했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최후 수단으로, 라헬을 잠시 감금했을 수도 있다.

-그럼 레아는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떻게 자기 자리도 아닌데 들어갈 수 있었을까?
↳레아도 야곱을 짝사랑했었던 거 같다.
↳그랬기에 아버지가 그런 음모를 꾸몄을 때, 레아가 동의할 수 있었다.
↳억지가 아닌 레아가 동의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잠자리에서 레아가 라헬의 행세를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야곱은 라헬 대신 레아가 들어온 것을, 다음 날 아침에야 알았다.
↳레아가 라헬로 변장했던 것 같다.
↳레아가 라헬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라헬의 옷을 입고, 라헬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이 일은 우리로 하여금, 바로 7년 전의 일을 소환하게 한다.
↳자기가 아버지에게 사기 쳤던 방법 그대로, 자기도 당하는 모습이다.
↳그 때 그는 에서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염소새끼 털로 손과 목을 감싸고, 에서의 옷을 입고 에서로 변장을 했다.
↳야곱은 자신이 한 그대로 당한 것이다.

-하지만 야곱은 7년 전에 자기가 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속았다는 사실 앞에 분노했다.
25 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라 라반에게 이르되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을 섬기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

-야곱은 너무나 화가 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어떻게 외삼촌이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는가?’
↳‘내가 외삼촌을 위하여 꼬박 7년을 종살이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삼촌이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
↳야곱은 심한 배신감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생각 같아선 그냥 다 둘러 엎어버리고 싶었다.

-대개 사람들이 그렇다.
↳자기가 저지른 실수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받은 상처만 생각한다.
↳자기가 남에게 상처준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상처받은 것만 또렷이 기억한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상처를 주기만 하는 사람도 없고, 상처를 받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남의 눈에 티를 보기 전에, 자신의 들보를 먼저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이게 복음이다.

-사실 야곱은 흥분할만한 자격이 없다.
↳7년 전 자신은 아버지와 형에게, 더 심한 상처를 준 장본인 아닌가?
↳야곱은 그 때 아버지와 형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깨달았어야 한다.
↳외삼촌에게 따지기 전에,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만, 삼촌에게 따지고 덤벼든다.

-그러나 라반은 적당히 이유를 둘러댔다.
26 라반이 이르되 언니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라반의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동생을 먼저 시집보내느냐? 우리 문화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레아를 먼저 들여보낸 것이다.’
↳야곱의 입장에서는 말도 되지 않는 명백한 사기극이지만, 야곱이 절대 약자인 을인데 어떻게 하겠는가?

-역시 야곱은 승부사이다.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안을 받아들인다.
27 이를 위하여 칠 일을 채우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네가 또 나를 칠 년 동안 섬길지니라

-이 타협안에 라반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야곱을 순순히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 야곱의 노동력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야곱이 결혼을 하고, 가나안으로 훌쩍 떠나버리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라반은 지금까지... 야곱을 사위가 아닌 머슴으로 여기고 부려먹은 것이다.
↳여기서 “이를 위하여 칠 일을 채우라”는 말은, 어차피 레아와 혼례식을 치렀으니 결혼절차를 완성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패키지로 라헬도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냥은 안 되고, 7년을 더 일해 달라는 단서가 붙었다.

-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14년 간 일해야 했다.
↳지금 와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전에는 자원한 7년이었지만, 이번엔 강요된 7년이다.
↳아마 이번 7년은 며칠 같이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야곱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28 야곱이 그대로 하여 그 칠 일을 채우매 라반이 딸 라헬도 그에게 아내로 주고
29 라반이 또 그의 여종 빌하를 그의 딸 라헬에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30 야곱이 또한 라헬에게로 들어갔고 그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여 다시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더라

-야곱은 라반의 말에,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을 것이다.
↳라반은 약속대로 칠 일 후에, 라헬을 야곱에게 주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여종을 시녀로 붙여준 것이다.
↳24절에 보면, 레아에게도 여종을 시녀로 붙여주었다.
↳딸의 결혼 선물로, 평생 수종들 시녀를 붙여 주는 것이, 당시 관습이었던 모양이다.

-야곱은 라헬에게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야곱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했다.
↳앞으로 야곱의 가정 생활이, 그리 순탄하지 못할 것을 예고해 주는 말씀이다.
↳같은 지붕 아래서, 한 남자가 두 여자와 사는, 기형적인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레아와 라헬은 이제 자매가 아닌, 한 남자를 두고 서로 차지하려는 경쟁자가 되었다.

-결혼이란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주는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가 두 사람이면, 그 중에 한 사람은 자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정이 절대로 화목할 수 없다.
↳야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결혼생활을 출발한 것이다.

-야곱과 라반의 만남은, 처음엔 좋았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고용 계약을 맺음으로, 삼촌 조카 관계에서 주종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 이후에 라반은 야곱을 대놓고 머슴처럼 부려먹었다.
↳사실 야곱은 서둘러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필요가 없었다.
↳그가 라반의 집에서 선교사의 역할만 잘 감당했으면, 하나님이 어련히 알아서 배우자를 주셨을 것이다.
↳괜히 서두르는 바람에 일을 망치고 말았다.
↳20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야 했고, 숱한 고생을 해야만 했다.
↳31장에 가면, 결국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고 헤어지게 된다.

-좋은 만남 축복된 만남을 위해 기도하기 바란다.
↳자녀들에게 만남의 복을 달라고 기도하기 바란다.
↳또한 지금의 만남을 복된 만남으로 가꾸어가기 바란다.
↳내가 누군가에게 복된 만남의 기도응답이 되기 바란다.
↳“내가 복된 만남을 위해 기도해 왔는데 하나님께서 당신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당신은 나의 기도 응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