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인물(야곱) 강해 15:야곱이 도망한 것이 라반에게 들린지라(창 31:17-42)

작성자
류현철
작성일
2021-06-06 12:31
조회
665



구약인물(야곱) 강해 15
야곱이 도망한 것이 라반에게 들린지라(창 31:17-42)
2021. 6. 6.


프롤로그

-오늘 말씀은 야곱이 자기 가족들을 데리고 탈출하는 장면이다.
↳자연스러운 출발이 아닌 탈출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꼭 그렇게 억지로 탈출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한다.
↳장인어른한테 정식으로 인사하고 떠나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몰래 탈출을 시도한다.
↳물론 야곱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라반이 안 보내주려고 할 게,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야곱을 붙잡아두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떠나는 것을 미적거리고 있는 야곱에게, 하나님이 떠나라고 하셨다.
3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지라
↳하나님의 사인이 떨어진 것이다.

-또 걱정했던 아내들로부터 동의도 구했다.
16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에게서 취하여 가신 재물은 우리와 우리 자식의 것이니 이제 하나님이 당신에게 이르신 일을 다 준행하라
↳야곱이 아내들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자기들도 기꺼이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이제 본인만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만 남았다.
↳문제는 길게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야곱은 승부사답게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17 야곱이 일어나 자식들과 아내들을 낙타들에게 태우고
18 그 모은 바 모든 가축과 모든 소유물 곧 그가 밧단아람에서 모은 가축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있는 그의 아버지 이삭에게로 가려 할새

-여기서 “일어나”라는 말은, 하나님의 지시와 아내들의 동의에 힘을 얻어, 단호히 귀향길에 오름을 강조한 표현이다.
↳사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이 두 가지만 맞으면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실패한 이유는, 둘 중에 어느 하나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지시를 받았지만,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했는데, 그대로 밀어붙이면 가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하나님의 지시가 없는데, 가족의 권유만으로 그대로 밀어붙이면, 처음에 잘되는 거 같지만 끝내는 실패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하나님이냐 가정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은 하나님이 세우신 기관이고, 우리는 가정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 돌려야 한다.

-야곱은 탈출하기에 앞서, 환경의 문제가 발생했다.
↳라반의 아들들의 말을 듣고, ‘야, 내가 이 집에 더 이상 있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하나님이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고 지시하셨다.
↳아내들도 “이제 하나님이 당신에게 이르신 일을 다 준행하라”며 동의해줬다.
↳그는 떠날 채비를 했다.
↳자식들과 아내들을 낙타에 태웠다.
↳가져갈 수 있는 모든 재산을 챙겼다.
↳짐승들도 한 데 모았다.

-막상 떠나려고 짐을 꾸리기를 했지만, 그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20년 살림 아닌가?
↳또한 그 많은 가축 떼를 이끌고 탈출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꼭 다 갖고 가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
↳그런데 왜 그 재산을 다 가지고 가는가?
↳욕심 때문인가?
↳원래 야곱이 욕심이 많긴 하지만, 욕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기에게 있는 것이, 하나님이 자기에게 주신 복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야곱이 D-데이로 잡은 날이 왔다.
19 그 때에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갔으므로 라헬은 그의 아버지의 드라빔을 도둑질하고
20 야곱은 그 거취를 아람 사람 라반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가만히 떠났더라
21 그가 그의 모든 소유를 이끌고 강을 건너 길르앗 산을 향하여 도망한 지

-그 날이 언제인가?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가는 날이다.
↳유목민들에게 양털을 깎는 일은, 여러 날이 걸리는 큰 행사였다.
↳친구들을 초청하여 큰 잔치를 배설하기도 했다.
↳야곱은 감시의 눈길이 늦춰진 틈을 이용하여, 탈출하려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참 야곱다운 발상이다.
↳그의 탈출은 철저히 기획된 것이고, 치밀한 각본에 의한 거였다.
↳하나님이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하지 않았다.

-사사기 20장에 보면, 베냐민 지파를 제외한 이스라엘 온 지파가 미스바에 모였다.
↳그리고 하나님께 물었다.
↳“누가 먼저 올라가서 베냐민 자손과 싸우리이까”
↳그 때 하나님은 유다가 먼저라고 했다.
↳그러나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베냐민 자손한테 크게 패했다.
↳22,000명이나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잘못 들었나보다’ 하고, 하나님께 재차 물었다.
↳하나님이 올라가서 치라고 하셨다.
↳이번 싸움에서도 베냐민 자손에게 크게 패했다.
↳18,000명이나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울며 금식하며 제사를 드리고, 또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이 이번에도 올라가서 치라고 하셨다.
↳그 때 이스라엘은 전쟁준비를 충분히 했다.
↳작전을 세우고, 군사를 매복시켰다.
↳군사들로 하여금,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했다.
↳만반의 준비를 다하여 올라갔다.
↳결과는 대승이었다.

-어떤 사람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시험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치자.
↳그런데 시험공부를 죽자 살자 할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공부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다.
↳결과는 시험에 죽을 쒔다.
↳그게 하나님의 공의이다.
↳준비 없이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바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야곱이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면, 라헬은 이상한 준비를 한다.
↳라헬이 준비한 것이 무엇인가?
↳드라빔이다.
↳드라빔이 무엇인가?
↳일종의 가정 수호신 같은 것이다.
↳인간의 형상을 닮은 반신상으로서, 나무나 은으로 만들어졌으며, 작은 것에서부터 사람의 키와 맞먹는 크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라헬이 훔친 드라빔은, 휴대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왜 라헬이 드라빔을 훔쳤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드라빔을 소유한 자가, 가장 큰 몫의 유산 상속을 받을 권리가 있었고, 한 씨족 내의 지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여행할 때 드라빔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당시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라헬이 드라빔을 훔친 이유는, 라반이 죽은 후 남편인 야곱에게 상속권이 있을 보증하고, 후대 사회에서 지도권 획득을 위한 포석이며, 위험한 여행에서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아무튼 라헬은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여자였다.

-야곱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길게 늘어선 행렬이 참 볼만했다.
↳야곱은 유유히 밧단아람을 빠져나왔다.
↳라반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나오는 게, 좀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본인은 그렇다 쳐도, 아내들과 자식들에게는 이렇게 떠나는 것이, 못내 미안하긴 했다.
↳그는 쉴 새 없이 갔다.
↳아니 한 걸음이라도 더 멀리 가야 했다.
↳일단 안전한 지대에 가서 쉴 작정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아뿔사 강이 나왔다.
↳이 강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유프라테스 강을 말한다.
↳이 강을 어떻게 건넜는지 기록이 없어 모르겠다.
↳야곱 일행은 길르앗 산을 향하여 죽어라고 걸음을 재촉했다.
↳길르앗을 통과해서, 얍복강만 건너면 가나안이고, 거기로만 들어가면 라반이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할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야곱의 도망간 소식이 라반에게 알려졌다.
22 삼 일 만에 야곱이 도망한 것이 라반에게 들린지라

-삼일이 지나고 나서였다.
↳왜 삼일이 지나고 나서야 듣게 되었는가?
↳그 긴 행렬이 움직이는데, 금방 눈에 띄었을 것 아닌가?
30:36 자기와 야곱의 사이를 사흘 길이 뜨게 하였고 야곱은 라반의 남은 양 떼를 치니라
↳라반은 야곱을 믿지 못하여, 자기와 야곱의 사이를 사흘 길이 뜨게 하였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되고 말았다.
↳야곱이 도망한 소식을 듣는데, 삼일이나 걸리게 된 것이다.
↳자기가 친 덫에 자기가 걸린 셈이다.
↳다른 사람 빠뜨리려고 파놓은 함정에, 자기가 먼저 빠진 셈이다.

-야곱이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은 라반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 것 같은가?
↳아마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 배은망덕한 놈이 있나’ 하며,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자신이 야곱에게 잘못했던 것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야곱만 괘씸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재산 중에, 혹 축난 것이 없나 살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없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정말 중요한 것이 없어졌다.
↳자기 집의 수호신이 없어진 것이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라반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라반은 그의 형제를 데리고 야곱을 잡으러 쫓아갔다.
23 라반이 그의 형제를 거느리고 칠 일 길을 쫓아가 길르앗 산에서 그에게 이르렀더니

-야곱이 탈출한지 10일째 되는 날, 비로소 라반은 길르앗 산에 이를 수 있었다.
↳밧단아람에서 길르앗 산까지 480km니까, 하루에 약 70km의 속도로 7일간 달려간 것이다.
↳라반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라반 일행이 길르앗 산에 도착한 시간이 밤늦은 시간이었던 거 같다.
↳어차피 야곱 일행도 밤에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라반 일행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새기가 무섭게 공격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그 날 밤 하나님이 개입하셨다.
24 밤에 하나님이 아람 사람 라반에게 현몽하여 이르시되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 하셨더라

-라반은 분노로 가득 차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던 중 잠깐 잠이 들었는데, 하나님이 꿈에 라반에게 나타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정말 막간의 시간을 활용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꼭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5분전에라도 기도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시면 5분이 아니라 단 5초라도 역사하실 수 있다.

-하나님이 라반에게 뭐라고 하셨는가?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
↳야곱이 잘했냐 잘못했냐 따지지 말고, 그냥 고향으로 가도록 보내주라는 말이다.
↳이건 엄숙한 경고이다.
↳지금까지 라반도 종교생활을 해왔다.
↳드라빔을 섬겨왔고, 달신을 섬겨왔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그에게 있어 하나님 체험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거부할 수 없는 신체험이었다.
↳자기도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떠나라고 하셔놓고, 야곱의 걸음을 인도하고 계셨다.
↳야곱은 그걸 눈치 채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야곱을 눈동자처럼 보호하고 계셨다.
↳우리 아버지 되신 하나님은,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에게 훌륭한 믿음이 있고, 매사에 무엇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일단 위기로부터 건져주신다.

-하나님은 라반에게 선악 간에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막상 야곱을 보니까 참을 수가 없어, 그만 따지기 시작한다.
25 라반이 야곱을 뒤쫓아 이르렀으니 야곱이 그 산에 장막을 친지라 라반이 그 형제와 더불어 길르앗 산에 장막을 치고
26 라반이 야곱에게 이르되 네가 나를 속이고 내 딸들을 칼에 사로잡힌 자 같이 끌고 갔으니 어찌 이같이 하였느냐

-야곱에게 두 가지를 꼬투리잡고 있다.
“네가 나를 속이고”
↳왜 몰래 도망갔느냐는 것이다.
“내 딸들을 칼에 사로잡힌 자 같이 끌고 갔으니”
↳왜 딸들을 강제로 끌고 갔느냐는 것이다.

-언뜻 보면 라반의 말이 맞아 보인다.
↳경우로 치면, 라반의 말이 백번 옳은 거 같다.
↳그러나 결과론적인 것만 놓고 판단할 수 없다.
↳야곱이 떠난다고 할 때, 라반이 놓아줄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건 야곱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라반이 착각하고 있는 게, 야곱이 자기 딸들을 칼로 위협해서 강제로 끌고 간으로 알고 있다.
↳라반은 생각하기를, 그래도 자기 딸들이니까, 신랑보다는 아버지 편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딸들에게 어떻게 굴었는가는 생각하지 못 하고 말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라헬과 레아 두 사람 다 동의해서, 야곱과 기쁨으로 동행했다는 것을 말이다.

-야곱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입도 떼지 않고 있다.
↳라반이 이미 이성을 잃고 있는데, 거기다 뭐라고 한 마디 하면 불에 기름을 껴 얹는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다.
↳이게 지혜이다.
↳부부간에도 한 쪽이 퍼부으면, 한 쪽은 가만있어야 한다.
↳서로 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집안에 남아나는 게 없다.
↳그런데 자존심 때문에, 이게 쉽지 않다.
↳누가 이기든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부부간에 승자는 없다.
↳부부싸움은 승자를 가리는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야곱의 지혜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라반의 말이 계속되고 있다.
27 내가 즐거움과 노래와 북과 수금으로 너를 보내겠거늘 어찌하여 네가 나를 속이고 가만히 도망하고 내게 알리지 아니하였으며

-좀 착각한 정도가 아니다.
↳이제 자기 맘에도 없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다.
↳야곱이 떠나겠다는 사실을 알렸다면, 라반이 정말 그렇게 기쁘게 보냈을까?
“내가 즐거움과 노래와 북과 수금으로 너를 보내겠거늘”
↳전혀 진정성이 없는 말이다.

-라반의 변명이 계속되고 있다.
28 내가 내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맞추지 못하게 하였으니 네 행위가 참으로 어리석도다

-잘 보면, 라반의 말 중에 사실도 일부 있다.
↳사위가 아무리 밉더라도, 자기 딸과 손자와는 헤어질 때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할아버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담 우리는 여기서 라반이 진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서 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부터 진실을 말했거나 거짓말만 말했다면, 차라리 괜찮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진실을 말했다가 거짓을 말했다가 하니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야곱으로 하여금 분간하기 어려웠다.
↳라반의 말을, 야곱이 듣고 있는지 안 듣고 있는지 몰라도, 야곱은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라반은 몹시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네 행위가 참으로 어리석도다”
↳무슨 말인가?
↳‘너는 어떻게 그리 생각이 짧으냐?’
↳‘너는 어떻게 그리 머리가 안 돌아가느냐?’
↳뭐 그런 뜻이다.
↳야곱은 이런 모욕적인 말에, “외삼촌,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하고 대들 법도 한데,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한 쪽이 열 받아 소리를 높이는데, 다른 쪽에서 대꾸를 안 하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그러자 라반은 다소 목소리를 낮추었다.
29 너를 해할 만한 능력이 내 손에 있으나 너희 아버지의 하나님이 어제 밤에 내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 하셨느니라
30 이제 네가 네 아버지 집을 사모하여 돌아가려는 것은 옳거니와 어찌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

-라반은 격분해 있으면서도, 자기가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있는 이유를, 그 때서야 밝혔다.
↳그 이유가 하나님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님만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 내 손에 죽었다는 말이다.
↳이건 사실이다.

-야곱은 그 때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3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지라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그냥 돌아가라고 하지 않으셨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셨다.

-지금까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던 야곱이, 하나님이 자기와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31 야곱이 라반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생각하기를 외삼촌이 외삼촌의 딸들을 내게서 억지로 빼앗으리라 하여 두려워하였음이니이다
32 외삼촌의 신을 누구에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요 우리 형제들 앞에서 무엇이든지 외삼촌의 것이 발견되거든 외삼촌에게로 가져가소서 하니 야곱은 라헬이 그것을 도둑질한 줄을 알지 못함이었더라

-야곱은 하나님 빽(?) 믿고, 서슬이 퍼런 삼촌 앞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우리의 당당함은 임마누엘에서 나온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확신에서, 우리의 자신감이 나온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하나님이 내 편이란 확신이 없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판세가 불리해도, 하나님이 내 편이란 확신만 있으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야곱은 하나님이 자기편임을 확인하고, 더 이상 기죽어 있지 않았다.
↳자기를 도둑으로 모는데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한 마디 쏘아붙였다.
↳설마 라헬이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한 말이다.
“외삼촌의 신을 누구에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요 우리 형제들 앞에서 무엇이든지 외삼촌의 것이 발견되거든 외삼촌에게로 가져가소서”

-야곱이 흥분해서 경솔한 맹세를 한 것이다.
↳“나는 훔치지 않았지만, 만약 우리 중에서 신상이 나온다면, 그 신상을 외삼촌께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건만, 야곱은 극단적인 말을 했다.
↳아마 스스로 떳떳했기 때문일 거고, 또 좀 방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끝까지 긴장의 끝을 늦추지 않았어야 하는데, 야곱이 그만 방심을 한 것이다.
↳드라빔 때문에 자칫 거사를 망칠 뻔했다.

-라반은 야곱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누군가 드라빔을 훔쳐간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과 짐을 다 풀어헤치고 수색을 시작했다.
33 라반이 야곱의 장막에 들어가고 레아의 장막에 들어가고 두 여종의 장막에 들어갔으나 찾지 못하고 레아의 장막에서 나와 라헬의 장막에 들어가매
34 라헬이 그 드라빔을 가져 낙타 안장 아래에 넣고 그 위에 앉은지라 라반이 그 장막에서 찾다가 찾아내지 못하매
35 라헬이 그의 아버지에게 이르되 마침 생리가 있어 일어나서 영접할 수 없사오니 내 주는 노하지 마소서 하니라 라반이 그 드라빔을 두루 찾다가 찾아내지 못한지라

-라반은 야곱의 장막에 들어가서 샅샅이 뒤졌다.
↳두 여종의 장막에 들어가서 이 잡듯이 뒤졌다.
↳레아의 장막에 들어가 두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라헬의 장막에 들어가서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당연히 못 찾을 수밖에... 라헬이 드라빔을 낙타 안장 아래 넣고 그 위에 앉아 있으니...

-눈치 백단인 라반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라헬을 쳐다본다.
↳그러자 라헬은 적당한 말로 둘러댄다.
“마침 생리가 있어 일어나서 영접할 수 없사오니 내 주는 노하지 마소서”
↳아버지로서 자기 딸이 생리중이라는데, 차마 확인해보자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라반은 “아, 이상하다” “아,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드라빔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도둑으로 몰렸던 자신의 무죄가 드러나자, 야곱은 시뻘게진 얼굴로 라반에게 반격했다.
36 야곱이 노하여 라반을 책망할새 야곱이 라반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내 허물이 무엇이니이까 무슨 죄가 있기에 외삼촌께서 내 뒤를 급히 추격하나이까
37 외삼촌께서 내 물건을 다 뒤져보셨으니 외삼촌의 집안 물건 중에서 무엇을 찾아내었나이까 여기 내 형제와 외삼촌의 형제 앞에 그것을 두고 우리 둘 사이에 판단하게 하소서

-여기서 “노하여”라는 말은 ‘빨갛게 되다’는 뜻이다.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는 말은, 화가 엄청 났다는 말이다.
↳“내 뒤를 급히 추격하나이까”는 말은, ‘죄수를 혹독하게 추격하고 핍박’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이제 공수 입장이 바뀌었다.
↳여태 수세에 몰렸던 야곱이, 라반에게 총공세를 취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한 번 시작된 야곱의 공세는 대단히 매서웠다.
38 내가 이 이십 년을 외삼촌과 함께 하였거니와 외삼촌의 암양들이나 암염소들이 낙태하지 아니하였고 또 외삼촌의 양 떼의 숫양을 내가 먹지 아니하였으며
39 물려 찢긴 것은 내가 외삼촌에게로 가져가지 아니하고 낮에 도둑을 맞았든지 밤에 도둑을 맞았든지 외삼촌이 그것을 내 손에서 찾았으므로 내가 스스로 그것을 보충하였으며
40 내가 이와 같이 낮에는 더위와 밤에는 추위를 무릅쓰고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지냈나이다

-“외삼촌도 나에게 불만이 있었는지 몰라도, 나도 외삼촌에게 섭섭한 게 많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다 말하겠습니다” 하면서, 지금까지 마음속에 응어린 진 것들을 다 쏟아 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야곱이 열심히 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또 그건 라반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야곱은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말을 한다.
41 내가 외삼촌의 집에 있는 이 이십 년 동안 외삼촌의 두 딸을 위하여 십사 년, 외삼촌의 양 떼를 위하여 육 년을 외삼촌에게 봉사하였거니와 외삼촌께서 내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셨으며
42 우리 아버지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곧 이삭이 경외하는 이가 나와 함께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외삼촌께서 이제 나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으리이다마는 하나님이 내 고난과 내 손의 수고를 보시고 어제 밤에 외삼촌을 책망하셨나이다

-야곱 자신이 외삼촌에게 수없이 당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자기는 빈손으로 내쫓겼을 거라고 한다.
↳실제로 그랬을까?
↳아니다. 야곱도 과장하여 심하게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서로 덕을 본 것이다.
↳라반은 야곱의 덕을 보았다.
↳또 야곱도 라반의 덕을 안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같이 지내다 보면, 서로에게 서운한 점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헤어질 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삼촌 라반은 조카 야곱에게 “그 동안 고생했네” 하며 등 두드려주고, 조카 야곱은 라반에게 “그 동안 여러 가지로 고마웠습니다” 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인생은 만남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나 헤어짐은 더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만남도 헤어짐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