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인물(야곱) 강해 20: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창 33:18-20, 34:1-17)

작성자
류현철
작성일
2021-07-18 13:57
조회
747



구약인물(야곱) 강해 20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창 33:18-20, 34:1-17)
2021. 7. 18.


프롤로그

-야곱은 생의 위기들을 비교적 잘 극복해 왔다.
↳특별히 위기관리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하나님의 개입이 결정적이었다.
↳야곱의 생애를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야곱은 위기 때마다 하나님을 만났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그가 얍복강 나루에서 천사와 씨름한 모습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의 승부근성은 여지없이 발휘되었고, 하나님은 그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셨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생애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주신 것이다.

-아직 형과의 대면이 남아 있지만,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받는 순간, 일이 잘 풀릴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20년 묵은 감정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다.
↳그러니까 야곱에게 선물을 받아서, 야곱이 일곱 번 절을 해서, 에서의 마음이 풀렸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하나님께서 에서의 마음을 녹여주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야곱과 에서 형제는 극적인 화해를 이뤘다.
↳에서는 세일로 가서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야곱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에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세일로 가지 않고 숙곳에 머물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가정에 엄청난 비극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성경은 야곱이 왜 이런 불행과 비극을 경험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우리 스스로 말씀을 상고하여 깨닫기를 요구하고 있다.

-야곱이 숙곳에서 세겜으로 옮겨간 기사가 생략된 채, 18절은 밧단아람에서 바로 세겜이 나온다.
↳야곱은 예배를 드림으로써, 세겜 땅에 정착을 시도한다.

-야곱이 세겜에 정착하려고 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
33:18 야곱이 밧단아람에서부터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이르러 그 성읍 앞에 장막을 치고
19 그가 장막을 친 밭을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아들들의 손에서 백 크시타에 샀으며
20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불렀더라

-세겜 땅 일부를 매입한데서 드러난다.
↳야곱은 밧단 아람에서 가나안 땅 세겜 성읍까지, “평안히”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가 본문 앞에 일어난 것을 전혀 모른다면, ‘그래 하나님이 지켜주심으로 그가 평안히 왔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야곱이 꼭 평안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마터면 라반에게 다시 붙들려갈 뻔했다.
↳천사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지체 장애를 입었다.
↳에서를 만날 때까지,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런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평안히”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 모든 과정을 돌아볼 때, 하나님이 나를 평안히 인도하셨구나’ 하는 신앙고백인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샬롬”이란 아무 어려움도 없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 때문에 평강을 누리고, 하나님을 믿고 평안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살면서 어차피 어려움은 존재한다.
↳‘믿고’ ‘안 믿고’와는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어려움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차이다.
↳이게 별 차이가 아닌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게 결정적인 차이다.

-야곱은 세겜에서 땅을 산 후 감사예배를 드린다.
↳예배로 시작하는 그의 모습은 보기에 좋아보인다.
↳그는 자기가 산 땅의 이름을 특별하게 지었다.
“엘엘로헤이스라엘”
↳우리말 성경에는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다.
↳띄어쓰기를 해서 읽어보면 이렇다.
↳“엘 엘로헤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강하시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이스라엘은 나라명이 아니다.
↳야곱 자신을 가리킨다.
↳야곱은 더 이상 자신을 야곱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스라엘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자신이 생겼다는 말이다.
↳얍복 나루에서의 체험이, 그의 신앙을 한 단계 끌어올려 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의 체험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체험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신앙에 있어 체험을 객관화시키면,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또 그 사람이 체험한 것을, 내가 꼭 체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체험은 개인의 신앙에 도움이 되지만, 절대적인 것은 것이다.

-여기서 야곱이 어떻게 세겜에서 땅을 살 수 있었는가가 궁금해진다.
↳당시는 오늘날처럼 돈만 있으면 땅을 살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방인에게는 땅을 팔지 않는다.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그렇게 오래 살았지만, 헷 족속에게서 가족 묘지를 위해 조금 산 것 외에는, 땅을 소유하지는 못했잖은가?
↳그런데 야곱은 가나안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땅을 샀다.
↳역시 수단이 좋은 사람이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야곱이 땅을 사는데, 하나님이 개입하신 거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야곱이 엄청나게 부자였던 것이, 세겜 사람들에게 먹혔던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세겜 사람들이 야곱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야곱은 너무나 쉽게 자리를 잡고, 또 하나님께 공식적으로 예배까지 드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일이 잘 되는 것을 보니까, 자기가 믿는 하나님이 세겜 사람들이 믿는 신보다 강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예배 후 그 땅 이름을 “엘 엘로헤 이스라엘”로 지은 것이다.
↳이제 야곱은 부러울 것이 없다.
↳이스라엘로 개명된 후에는 거침없는 질주 중이다.
↳세상에 모든 것을 움켜쥔 사람 같다.

-그러나 그의 그런 생활은, 얼마 가지 못했다.
↳곧 새로운 위기가 다가왔다.
↳인생은 굽이굽이 위기가 있다.
↳어느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야곱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은, 주로 자기 문제 때문이었다.
↳사실상 스스로 자초한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34:1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
2 히위 족속 중 하몰의 아들 그 땅의 추장 세겜이 그를 보고 끌어들여 강간하여 욕되게 하고

-자녀들의 문제로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야곱은 4명의 여자를 통해, 11명의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다.
↳첫 번째 여자인 레아에게서 6명의 아들을 낳았다.
↳두 번째 여자인 라헬에게서 1명의 아들을 낳았다.
↳세 번째 여자인 빌하에게서 2명의 아들을 낳았다.
↳네 번째 여자인 실바에게서 2명의 아들을 낳았다.
↳딸은 누구에게서 낳았는가?
↳첫 번째 여자인 레아에게서 낳았다.

-많은 아들들 중에 딸이라고는 하나뿐이니, 서로 배다른 형제사이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디나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겠는가?
↳공주처럼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 딸에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그것도 집안이 발칵 뒤집어질만한 대형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

-그 엄청난 문제의 발단을, 1절에서 아주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
↳야곱이 세겜 땅에 정착하게 됨으로, 아마 자녀들에게 교육을 시켰을 것이다.
↳자녀들을 반 하나님적인 문화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야곱도 나름대로 고심했을 것이다.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해보기도 하고, 야단을 쳐보기하고, 위협을 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비교적 아들들은 아버지의 말을 들은 것 같다.
↳문제는 하나뿐이라고 버릇없이 기른 딸에게서 터지고 말았다.
↳디나는 가나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관심의 단계를 넘어 선망하기에 이르렀다.

-디나가 그 땅 여자들을 보러 나갔다는 말은, 단순히 사람 구경 갔다는 말이 아니다.
↳그 땅 여자들을 방문했다는 말이다.
↳그럼 오늘 처음으로 집밖에 나간 것이 아니라, 전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말이다.
↳디나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가나안 친구들을 사귀어 놓았던 것이다.
↳오늘도 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집을 빠져나갔다.
↳오늘은 무슨 신나는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추장인 세겜에게 봉변을 당하고 만 것이다.

-가나안 여자들은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다.
↳아브라함이 자기 며느리를 가까운 곳에서 구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그런데 어떻게 디나가 그곳 여자들과 사귀게 되었을까?
↳그들의 생활방식이 좋아 보여서 그랬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아마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들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그들과 한 번 두 번 만날 때마다, 지금까지 자기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신기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원래 사람들은 죄짓는 데는 귀가 번쩍 뜨인다.
↳이해도 빠르고, 집중력도 뛰어나다.
↳디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나안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결국 자신의 인생을 망가지게 했다.
↳물론 호기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죄에 대한 호기심은, 결국 자기 삶을 파멸로 몰아간다.

-예나 오늘이나 자식을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품안에 있을 때야 어떻게 해보지만, 좀 머리가 커지면 부모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자식의 성장과 부모의 영향력은, 확실히 반비례하는 것 같다.
↳유치원만 가도, 부모님보다 선생님의 영향력이 크다.
↳좀 더 크면 친구이다.
↳친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 된다.
↳그 때는 친구가 인생의 전부인줄 안다.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가 너무너무 중요하다.
↳자신의 인생이 결정될 만큼 중요하다.
↳실제로 친구를 잘못 만나서, 자기 신세를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녀들이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미리 기도해야 한다.
↳닥치고 나서 발만 동동 구르면 이미 늦다.
↳물론 늦다는 것이지, 아주 끝났다는 말은 아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기도 시간을 더 내기 바란다.
↳자식은 하나님이 맡기신 기업이기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바빠서 자녀들에게 시간을 내지 못할 때, 하나님께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이 알아서 해 주시겠지’ 라고, 막연하게 기대하지 말고 기도로 확실하게 맡기라.

-디나는 그 땅 추장인 세겜에게 끌려가 강간을 당했다.
2 히위 족속 중 하몰의 아들 그 땅의 추장 세겜이 그를 보고 끌어들여 강간하여 욕되게 하고

-디나가 길을 걸어가다가, 나쁜 사람한테 납치를 당해서, 어디론가 끌려가 욕을 본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 땅의 추장이 그를 강간했다는 말은, 이미 디나의 소문이 세겜에 나 있었다는 말이다.
↳세겜은 아버지가 거부인, 디나를 눈여겨 봐왔을 것이다.
↳디나는 추장이 마음에 둘 정도로 예뻤던 거 같다.
↳예나 오늘이나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보면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끌여들였다”는 표현을 보니, 추장이 자기의 지위를 이용한 것 같다.
↳자기의 권한을 남용하여, 디나를 자기 침실로 끌어들여 강간을 한 것이다.
↳추장으로서 전에도 그런 짓을 많이 저질렀을 것이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의 욕구를 채우려고 여자를 건들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세겜이 디나를 연연하며 사랑했다.
3 그 마음이 깊이 야곱의 딸 디나에게 연연하며 그 소녀를 사랑하여 그의 마음을 말로 위로하고

-여기서 “연연하며”의 뜻은 ‘깊이 빠지다’ ‘정신을 빼앗기다’이다.
↳세겜이 디나한테 푹 빠졌다는 말이다.
↳온통 디나 생각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는 말이다.
↳비록 디나를 강간하긴 했지만, 위로의 말을 하고 있다.
↳전에 건들었던 다른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 일을 발설했다가는 문제 복잡해질 줄 알라며 위협해서 보냈다.
↳하지만 디나에게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든 책임지겠다는 말로 위로를 했다.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건, 그의 추후 행동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세겜은 아버지한테 가서,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4 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청하여 이르되 이 소녀를 내 아내로 얻게 하여 주소서 하였더라

-세겜의 아버지 하몰은, 그 동안 아들이 여러 여자들을 건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진지하게 말하는 아들의 모습이, 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이참에 결혼시키는 게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이런 것 보면, 세겜이 안하무인은 아니었던 거 같다.
5 야곱이 그 딸 디나를 그가 더럽혔다 함을 들었으나 자기의 아들들이 들에서 목축하므로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잠잠하였고
6 세겜의 아버지 하몰은 야곱에게 말하러 왔으며

-이 무렵 야곱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디나가 와서 고해바쳤는지, 그 소문이 순식간에 파다하게 퍼졌는지, 그것도 아니면 세겜의 아버지가 찾아와서 말함으로 듣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무튼 이 소문을 전해 듣고, 야곱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어떻게 우리 집안에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단 말인가!’

-야곱은 이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세겜 생활을 시작할 때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자기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엘 엘로헤 이스라엘”이라고 고백했다.
↳“엘 엘로헤 이스라엘”이 자기와 함께 하시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너무나 큰 고통과 비탄에 휩싸였다.
↳생각 같아선, 당장에 쫓아가 요절을 내고 싶지만, 야곱은 자기감정을 절제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야곱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의 아들들이 들에서 목축하므로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잠잠하였고”

-장성한 아들이 있었기에, 아버지라고 맘대로 하지 않았다.
↳아들들이 돌아오면, 상의해서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일단 야곱이 처신을 잘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119처럼 출동해서는 안 된다.
↳그저 감정대로 일처리를 하고 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보다 좋은 안이 생각날 수 있다.
↳또 혼자의 생각보다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보는 것이 낫다.

-옛날부터 자식이 사고 치면, 부모가 가서 빌지 않는가?
↳하몰도 자식인 세겜을 대신하여, 어렵게 야곱을 찾아왔다.
↳이럴 때를 두고 쓰는 말이 있다.
↳‘자식이 아니라 웬수다 웬수’
↳아곱의 아들들은, 이 소문을 들에서 전해 들었다.
↳아마 야곱이 사람을 보내, ‘이러이러한 일이 생겼으니까 지금 양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며, 빨리 집으로 오라고 한 것 같다.

-이 말을 전해들은 야곱의 아들들은, 심히 노하였다.
7 야곱의 아들들은 들에서 이를 듣고 돌아와서 그들 모두가 근심하고 심히 노하였으니 이는 세겜이 야곱의 딸을 강간하여 이스라엘에게 부끄러운 일 곧 행하지 못할 일을 행하였음이더라

-특히 디나의 친오빠들은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몰이 먼저 얘기를 꺼냈지만, 야곱이 자식들과 상의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을 때, 야곱의 아들들이 다 모였다.
↳물론 야곱 집안의 남자들은, 다들 흥분하여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하몰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하몰의 말이 이치에 맞을지도 모른다.
↳이왕 일이 그렇게 된 것,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책을 찾는 게 지혜로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가해자 입장에서 그렇고,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 입장은 달랐다.

-하몰은 이 말을 할 때, 상당히 생각해서 한 말일 것이다.
8 하몰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 아들 세겜이 마음으로 너희 딸을 연연하여 하니 원하건대 그를 세겜에게 주어 아내로 삼게 하라
9 너희가 우리와 통혼하여 너희 딸을 우리에게 주며 우리 딸을 너희가 데려가고
10 너희가 우리와 함께 거주하되 땅이 너희 앞에 있으니 여기 머물러 매매하며 여기서 기업을 얻으라 하고

-자식이 한 일은 미안하게 되었고, 아버지로서 대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다.
↳요 참에 사돈지간을 맺는 게 어떻겠냐고, 야곱에게 제안을 하고 있다.
↳하몰은 야곱도 그 제안에 응하지 않을까 기대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서로 딸을 주고받고, 또 땅도 함께 쓰고 아예 여기서 같이 살자고 한다.
↳“여기서 기업을 얻으라”는 말은, 보통 때 같으면 야곱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말이다.
↳물론 동기가 전혀 순수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몰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세겜도 아버지 곁에서 한 마디 거들고 있다.
11 세겜도 디나의 아버지와 그의 남자 형제들에게 이르되 나로 너희에게 은혜를 입게 하라 너희가 내게 말하는 것은 내가 다 주리니
12 이 소녀만 내게 주어 아내가 되게 하라 아무리 큰 혼수와 예물을 청할지라도 너희가 내게 말한 대로 주리라

-자기가 뭐라도 다 들어줄테니, 제발 디나를 자기에게 주어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여기서 “혼수”는 결혼 지참금을 말한다.
↳딸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신랑측에서 신부측 집안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야곱처럼 머슴을 살아주는 방법도 있었다.
↳또 “예물”은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심적 물질적 보상을 하겠다는 말이다.
↳자성하는 모습은 없고, 뭐든지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사실 돈이 전부인 건 아닌데 말이다.

-사람들이 이런 일을 만났을 때, 몇 가지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첫째 아예 없었던 일로 치는 경우이다.
↳즉 여러 사람들이 알아 봐야 좋을 게 없으니, 디나가 미친개한테 물린 셈치고,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자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이다.

-둘째 기왕 이렇게 된 것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결혼으로 합법화시켜 주는 경우이다.
↳세겜을 보니까 그리 나쁜 사람같지 않고, 또 추장 체면에 이렇게 찾아오고 했으니, 힘들긴 하지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특히 이 일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고 하니, 그냥 넘어가자는 것이다.

-셋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니,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경우이다.
↳강간에 대한 형사적 고발을 하고,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손해배상도 법에 따라 받겠다는 것이다.
↳그럼 디나는 어떻게 되는가?
↳평생 독신을 살게 하든지,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아버지 집에 있게 하는 것이다.

-넷째 자기 손으로 직접 복수하는 경우이다.
↳법에 호소해봤자, 가진 자들의 편만 들을 게 뻔하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직접 원수를 갚겠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할까?
↳야곱 집안의 문제가 아닌, 자기 집안의 문제라고 생각해 보자.

-야곱의 아들들은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가?
13 야곱의 아들들이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속여 대답하였으니 이는 세겜이 그 누이 디나를 더럽혔음이라
14 야곱의 아들들이 그들에게 말하되 우리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할례 받지 아니한 사람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 없노니 이는 우리의 수치가 됨이니라
15 그런즉 이같이 하면 너희에게 허락하리라 만일 너희 중 남자가 다 할례를 받고 우리 같이 되면
16 우리 딸을 너희에게 주며 너희 딸을 우리가 데려오며 너희와 함께 거주하여 한 민족이 되려니와
17 너희가 만일 우리 말을 듣지 아니하고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우리는 곧 우리 딸을 데리고 가리라

-그들은 자기 손으로 직접 복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들은 가장 비극적이고 비참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누구든지 분노할 수 있다.
↳그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들의 잘못이 무엇인가?
↳분노가 지나쳐서, 복수심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괜히 동해보복법이 나온 것이 아니다.
↳동해보복법의 핵심은, 당한 만큼만 보복하라는 것이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생명은 생명으로’

-그런데 야곱의 아들들은 어떻게 하는가?
↳당사자에게만 보복했는가?
↳당사자 가족에게만 보복했는가?
↳당사자가 살고 있는 세겜 성의 사람들에게 보복하되, 모든 남자들을 다 죽였다.

-이때 야곱은 집안의 어른으로서 큰 잘못을 행한 것이다.
↳집안의 영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자식들이 하는 것을 방치했다.
↳그리고 나중에 일이 커지고 나서야 화를 낸다.
↳이미 문제가 복잡하게 되고 난 후에, 화를 낸들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어른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데, 사실 어른이란 어떤 일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어른은 조정자이다.
↳어른은 조정자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야곱은 이걸 못했다.
↳어쩌면 야곱은 그런 걸 배우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에서, 어머니는 야곱, 이렇게 일방적인 것만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가 조정자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서, 무능력을 드러내며 손을 놓고 만다.
↳어린 요셉을 제외하고라도, 10명의 아들들이 똑같은 의견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의견조율만 잘했더라면, 그렇게 무참한 살생을 막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이번 일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야곱의 아들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할례 제도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할례가 어떤 것인가?
↳할례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가?
↳할례는 하나님과 언약을 맺는 거룩한 의식이다.
↳그런데 야곱의 아들은, 그런 할례를 세겜 사람들을 살생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신앙마저도,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이용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신앙은 결코 이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말씀을 맺겠다.
↳야곱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과 약속한대로 벧엘로 가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있는 브엘세바로 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세겜에 상당 기간을 머무르며 정착을 생각했다.
↳그 결과가 너무나 고통스런 상황에 처해졌다.

-우리는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자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리인가?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하나님 보시기에 떳떳한 자리인가?
↳그게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한 시라도 빨리 돌아서기 바란다.

-디나는 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자기 인생을 망치고, 온 집안에 불행을 불러오고 말았다.
↳호기심 자체가 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죄에 대한 호기심,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일에 대한 호기심은, 자기 인생을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공동체에 크나큰 아픔을 줄 수 있다.
↳호기심을 가지고, 성경을 펼치고, 기도의 나래를 펴기 바란다.